탄소 기초 2: 일상 속 탄소는 어디에 숨어 있나
평범한 하루를 따라가며 음식, 이동, 물건, 전기에 숨은 배출을 3D 도식 다섯 개로 꺼내 봅니다. 하루 26kg 가운데 58%가 점심 한 끼에서 나왔습니다.
"Carbon, from scratch" 시리즈 2편입니다. 1편에서 탄소를 읽는 단위를 맞췄다면, 이번에는 그 단위로 우리 하루를 읽습니다. 시리즈는 Climate 페이지에서 소개한 작업을 기본 원리부터 풀어 씁니다.
우리가 직접 태우는 연료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대부분의 배출은 이미 우리가 사는 물건과 서비스 안에 들어 있습니다. package.json에 직접 적어 둔 의존성은 몇 개인데 node_modules를 열어 보면 수백 개가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이번 편은 그 전이 의존성을 하나씩 열어 봅니다.
하루를 따라가 봅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의 평범한 하루를 가정하고 눈을 뜬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배출량을 배낭처럼 쌓아 보겠습니다. 모든 항목은 계산 근거를 글 끝에 적었습니다.
- 07:00일어나서 10분 샤워0.69
- 08:00아침, 계란 2개0.47
- 09:00자가용으로 왕복 40km 출퇴근6.82
- 12:00점심, 소고기 150g14.92
- 18:00사무실 전기 중 내 몫1.04
- 19:00집에서 저녁, 밥과 돼지고기1.74
- 22:00자기 전 스트리밍 2시간0.07
| 항목 | kg CO₂e |
|---|---|
| 아침 온수 샤워 | 0.69 kg CO₂e |
| 아침, 계란 2개 | 0.47 kg CO₂e |
| 출퇴근, 자가용 왕복 40km | 6.82 kg CO₂e |
| 점심, 소고기 150g | 14.92 kg CO₂e |
| 사무실 전기 2.5kWh | 1.04 kg CO₂e |
| 저녁, 밥과 돼지고기 | 1.74 kg CO₂e |
| 스트리밍 2시간 | 0.07 kg CO₂e |
놀라운 것은 크기의 순서입니다. 하루 배출 25.75kg 가운데 58%가 점심 한 끼에서 나왔습니다. 왕복 40km 출퇴근이 6.82kg인데 그 두 배가 넘습니다. 반대로 죄책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항목인 스트리밍은 두 시간을 봐도 72g이었습니다. 자동차로 300m를 가는 정도이고 그마저도 대부분은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지금 보고 있는 화면에서 나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 합계를 한국의 1인당 배출량(연 11.3톤, 하루 약 31kg)과 바로 비교하면 안 됩니다. 1인당 배출량에는 제가 직접 쓰지 않은 산업과 공공의 배출까지 인구수로 나눠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경계가 다르면 숫자도 다릅니다. 이 경계를 정하는 규칙이 3편의 주제입니다.
먹는 것
식품은 kg당 배출량의 차이가 가장 극단적인 영역입니다. 소고기 1kg과 두부 1kg은 같은 단백질원이지만 배출량은 30배 차이가 납니다.
| 식품 | kg CO₂e |
|---|---|
| 소고기(육우) | 99.48 kg CO₂e |
| 양고기 | 39.72 kg CO₂e |
| 치즈 | 23.88 kg CO₂e |
| 돼지고기 | 12.31 kg CO₂e |
| 닭고기 | 9.87 kg CO₂e |
| 달걀 | 4.67 kg CO₂e |
| 쌀 | 4.45 kg CO₂e |
| 두부 | 3.16 kg CO₂e |
| 채소 | 0.53 kg CO₂e |
차이를 만드는 것은 포장이나 운송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사료와 소의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입니다. 1편에서 CO₂e로 환산한다고 했던 바로 그 가스입니다. 운송이 식품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놀라울 만큼 작습니다. 어디서 왔느냐보다 무엇을 먹느냐가 훨씬 크게 작용합니다.
이동
이동은 단위를 헷갈리기 쉬운 영역입니다. 총량이 아니라 1인이 1km를 갈 때(passenger-km)로 나눠야 비교가 됩니다. 같은 자동차라도 혼자 타면 네 명이 나눠 탈 때보다 1인당 배출이 네 배입니다.
| 이동 수단 | g CO₂e / 1인 1km |
|---|---|
| 국내선 항공 | 245.87 g CO₂e / 1인 1km |
| 휘발유차, 혼자 | 170.48 g CO₂e / 1인 1km |
| 오토바이 | 113.55 g CO₂e / 1인 1km |
| 시내버스 | 96.5 g CO₂e / 1인 1km |
| 전기차(영국 전력) | 47.09 g CO₂e / 1인 1km |
| 휘발유차, 4인 분담(자체 계산) | 42.62 g CO₂e / 1인 1km |
| 철도 | 35.49 g CO₂e / 1인 1km |
전기차가 흥미롭습니다. 배기구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지만 배출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발전소로 옮겨 갔습니다. 그러니 전기차의 배출량은 차가 아니라 전력망이 결정합니다. 위 숫자는 영국 전력망 기준이고 석탄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는 더 커집니다. 그 계수를 뒤에서 직접 계산해 보겠습니다.
물건
음식과 이동은 매일 반복되는 흐름입니다. 물건은 다릅니다. 배출의 상당 부분이 제가 사기 전에 이미 끝나 있습니다.
휴대폰이 가장 극단적인 예입니다. iPhone 17 한 대의 생애 배출량은 55kg인데, 그중 77%가 제조 단계에서 나옵니다. 몇 년 동안 매일 충전하며 쓰는 전기는 18%뿐입니다. 화면 밝기를 낮추는 것보다 한 해 더 쓰는 편이 훨씬 큽니다.
| 물건 | kg CO₂e |
|---|---|
| 노트북 (제조 · 수송 73% · 사용(충전 · 세탁) 27%) | 145 kg CO₂e |
| 스마트폰 (제조 · 수송 81% · 사용(충전 · 세탁) 18%) | 55 kg CO₂e |
| 청바지 (제조 · 수송 63% · 사용(충전 · 세탁) 37%) | 33.4 kg CO₂e |
| 운동화 (제조 · 수송 100% · 사용(충전 · 세탁) 0%) | 13.6 kg CO₂e |
| 면 티셔츠 (제조 · 수송 56% · 사용(충전 · 세탁) 36%) | 4.25 kg CO₂e |
옷은 무게중심이 다릅니다. 청바지 한 벌 33.4kg 가운데 37%, 면 티셔츠 4.25kg 가운데 36%가 소비자의 세탁과 건조에서 나옵니다. 전자기기가 18%에서 27% 사이인 것과 뚜렷하게 다릅니다. 전자기기는 사기 전에, 옷은 산 다음에 배출이 더 쌓입니다.
티셔츠는 숫자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같은 면 티셔츠 한 장을 두고 한 연구는 4.25kg이라 하고 다른 연구는 15kg이라고 합니다. 세 배 넘게 벌어지는데 옷이 다른 것이 아닙니다. 앞의 연구는 생애 세탁 18회에 대부분 자연건조를 가정하고, 뒤의 연구는 50번 입으면서 매번 온수로 빤다고 가정합니다. 이 가정을 정하는 규칙이 다음 편의 주제입니다.
그래서 물건에서 개인이 쥔 지렛대는 두 개입니다. 전자기기는 오래 쓰기, 옷은 덜 빨고 찬물로 빨기. 휴대폰을 2년이 아니라 4년 쓰면 한 해에 나눠 지는 배출은 절반이 됩니다.
전기 한 칸의 뒷면
집에서 쓰는 전기는 계량기에 kWh로 찍힙니다. kWh는 에너지 단위일 뿐 배출량이 아닙니다. 배출량으로 바꾸려면 배출계수를 곱해야 하고 그 계수는 그 나라가 전기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 국가 | kg CO₂e |
|---|---|
| 한국 | 1,595 kg CO₂e |
| 미국 | 1,388 kg CO₂e |
| 영국 | 545 kg CO₂e |
| 프랑스 | 146 kg CO₂e |
같은 생활을 해도 전력 믹스가 다르면 배출이 달라집니다. 한국에서 전기를 20% 아껴 쓰는 것보다, 전력망이 영국 수준이 되는 편이 훨씬 크게 줄입니다. 개인의 절약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렛대의 길이가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어디에 힘을 쓸 것인가
먼저 크기만 보면 안 됩니다. 배출은 단가와 횟수의 곱으로 쌓입니다. 티셔츠 한 장은 4.25kg이지만 일 년에 몇 장 사지 않습니다. 점심 한 끼는 14.9kg이고 매일 돌아옵니다. 휴대폰은 한 번에 55kg이지만 4년을 쓰면 한 해 14kg입니다. 무엇이 큰지 물을 때는 얼마나 자주인지를 함께 물어야 합니다.
이 글의 목적은 죄책감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식단과 이동 수단, 물건을 얼마나 오래 쓰는지는 개인의 선택이 크게 작용합니다. 전력 계수와 공급망은 개인이 바꾸기 어렵습니다. 둘 다 필요하지만 어느 쪽이 큰 지렛대인지는 숫자가 알려 줍니다.
그리고 이 모든 숫자는 누군가 경계를 정하고 계산해 둔 결과물입니다. 소고기 99.5kg, 같은 티셔츠의 4.25kg과 15kg 같은 값이 애초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즉 전과정평가(LCA)와 배출계수를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출처와 수치 검증
- 식품 kg당 배출: Poore & Nemecek (2018), Our World in Data. 생산에서 소매까지가 경계이고 조리와 가정 폐기는 빠져 있습니다. 소고기 99.48은 육우 기준입니다. 낙농 부산물까지 포함한 가중평균은 약 60으로 다른 숫자입니다.
- 교통수단 1인 1km당 배출: UK DESNZ 2022년 계수, Our World in Data. 국내선 항공 245.9g에는 고고도 비행의 비-CO₂ 온난화 효과가 포함되어 있고, 전기차 47.1g은 영국 전력망 기준입니다. 휘발유차 4인 분담 42.6g은 발행된 수치가 아니라 170.5를 4로 나눈 자체 계산입니다.
- 물건: Apple 제품 환경 보고서(iPhone 17 256GB, MacBook Air 15인치 M5 512GB), Levi Strauss LCA(2015, 세탁과 건조 포함), MIT/ASICS 신발 LCA(2013), Cotton Incorporated / thinkstep LCA Update(2017, 225g 티셔츠). 다섯 항목 모두 생애 배출량으로 경계를 맞췄습니다. 티셔츠를 15kg으로 보는 다른 연구는 Carbon Trust, International Carbon Flows: Clothing(2011)이며 50번 입고 매번 온수로 빠는 가정입니다.
- 전력 배출계수: 국가 비교는 Ember 2024년 값(Our World in Data)을 네 나라 모두 같은 연도로 썼습니다. 하루 시나리오의 국내 전기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계수 소비단 0.4173 kg/kWh(2023년 기준)를 썼습니다. 두 값이 다른 이유는 산정 경계와 기준 연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 스트리밍: IEA가 2020년 12월에 수정한 시간당 36g(2019년 기준).
하루 시나리오는 모델 계산이며 측정값이 아닙니다. 계산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아침 샤워 0.69kg: 100L를 15도에서 40도로 데우면 10.45MJ, 보일러 효율 85%로 12.3MJ의 도시가스. 도시가스 연소계수 15.236 tC/TJ에 44/12를 곱한 55.865 gCO₂/MJ를 적용했습니다.
- 출퇴근 6.82kg: 휘발유 승용차 1인 탑승 170.48 g/pkm × 40km. 출근만 세면 하루의 절반을 빼먹는 셈이라 퇴근까지 넣었습니다.
- 아침 0.47kg: 계란 100g × 4.67 kg/kg.
- 점심 14.92kg: 소고기(육우) 99.48 kg/kg × 0.15kg. 낙농 부산물까지 포함한 가중평균 60을 쓰면 9.00kg이 되고 점심 비중은 45%로 내려갑니다.
- 저녁 1.74kg: 쌀 90g × 4.45 + 돼지고기 100g × 12.31 + 채소 200g × 0.53.
- 사무실 전기 1.04kg: 2.5kWh × 0.4173 kg/kWh.
- 스트리밍 0.07kg: 36 g/시간 × 2시간.
출처가 갈리는 항목은 넣지 않았습니다. 택배 라스트마일은 연구에 따라 0.1kg에서 1.1kg까지 열 배 차이가 나서 뺐고, 자전거와 도보는 배기 배출이 0이지만 Our World in Data가 식이 기반으로 16에서 50g으로 따로 적고 있어 차트에서 뺐습니다.